봄날의 작은 사치, 애프터눈 티
Afternoon Tea
우아한 티포트와 찻잔에 담긴 고운 빛깔의 홍차, 트레이에 층층히 쌓인 달콤한 디저트.
영국 황실과 귀족들이 누리던 티 문화가 이제 런던을 넘어 세계인의 오후를 책임지고 있다.
애프터눈 티에 관한 이야기다.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는 보통 점심과 저녁 사이인 오후 3~5시에 즐기는 티타임을 말한다.
홍차의 나라, 영국에 오래전부터 있어온 고유의 티 문화다. 진한 홍차를 샌드위치, 스콘, 마카롱 등의 티 푸드와 곁들여 먹는 것이 보통. 여기에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은 여유로운 마음과 우아한 매너, 함께 이야기를 나눌 사람들이다. 혼자 마시는 애프터눈 티는 진정한 의미에서 애프터눈 티라고 볼 수 없다. 반드시 둘 이상의 사람이 모여 즐겨야 비로소 애프터눈 티가 완성된다. 런던에 가면 불과 몇 십 미터 가격으로 크고 작은 티하우스가 있다.
아침, 점심, 저녁은 물론 그 사이사이에 마시는 차 종류를 합치면 8가지나 되고, 각각 이름도 다르다.
그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게 바로 오후의 홍차 타임, 애프터눈 티다. 지금은 의미가 퇴색해 예전만큼 빈번히 즐기지 않는다지만 영국인에게 애프터눈 티는 단순히 차를 마시는 시간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들은 친한 친구와 교류할 때나 기분이 좋을 때, 슬플 때에도 언제나 차와 함께한다. 그래서일까, 영국에선 애프터눈 티 타임에 초대하는 것이 친밀함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통한다. 맛있는 홍차와 다과를 함께 나누면서 감정을 공유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유럽의 티 문화는 포르투갈에서 영국의 찰스 2세에게 시집온 캐서린 공주로부터 시작되었다.
음주 문화 일색이던 영국 사회에 소개된 포르투갈의 티 문화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이후 유럽 황실과 상류층에까지 널리 전파되었다. 29세기엔 귀부인들 사이에서도 애프터눈 티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이후 영국에서 가장 화려하고 사교적인 행사로 뿌리내린 애프터눈 티는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점차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애프터눈 티의 하이라이트는 화려하고 푸짐한 3단 트레이. 홍차 고유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미각과 시각을 동시에 사로잡는 핑거 푸드로 구성된다. 1단에는 주로 속을 든든하게 채워줄 파운드케이크나 샌드위치, 2단에는 스콘과 케이크류, 3단에는 쿠키, 초콜릿, 마카롱 등 달콤한 과자류를 올린다. 1단부터 먹기 시작해 단맛이 강한 메뉴를 가장 나중에 먹는 게 순서다. 특히 스콘은 소가 없는 주먹만 한 크기의 담백한 과자로 클로티드 크림과 딸기잼을 곁들이면 아주 그만이다.
애프터눈 티를 즐길 때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은 차를 우려내는 과정.
일반적인 홍차라면 3~4분, 밀크티로 마시려면 5분 정도 진하게 우려야 맛있다.
티백은 오래 담가두지 말고, 차를 따를 땐 찻잔에 스트레이너를 걸치고 부어 찌꺼기를 걸러낸다.
차는 약간 식혀서 마셔야 섬세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 매너 몇 가지
- 냅킨이나 타월을 무릎에 얹고 손으로 찾잔을 받치고 마신다.
- 밀크티를 만들 땐 우유는 데우지 않고 차가운 것을 넣는다.
- 스콘이나 샌드위치 등은 자기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것으로 고른다.
- 스콘은 빵을 잘라 클로티드 크림을 바른 후 잼을 발라 먹는다.
- 호스트도 티타임을 함께 즐겨야 하므로 두 번째 잔부터는 셀프로 가져다 먹는다.
- 티타임에 참석할 때 꼭 챙겨야 할 것은 '미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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