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utch designer: Marcel Wanders
집, 카페, 직장, 학교 등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공간을 구성하는 가구 중 가장 기본은 ㄷ나연 두 다리를 쉴 수 있게 만들어진 의자라고 생각한다. 유럽의 인테리어, 가구, 제품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르셀 반더스(Marcel Wanders, 1963-)의 노란색, 크림색, 빨간색의 단단하게 꼬인 매듭으로 만들어진 튼튼한 의자 Knotted chair(매듭 의자, 1996)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매듭의자, 'Knotted Chair'
지나간 세월의 흔적, 흰머리 송송이 아닌, 윤기 흐르는 은발을 곱게 빗어 넘기고, 매력적인 큰 턱을 가진, 점잖지만 호기심 가득한 소년의 감성이 함께 묻어나는 미소를 가진 이 디자이너는 네덜란드 출신의 공간 디자이너, 가구 디자이너, 유리 공예가, 쥬얼리 디자이너, 커뮤니케이터, 아트 디렉터까지 도맡고 있는 만능 디자이너이다.
유럽 전역이나 아시아권에서는 네덜란드 미술, 디자인이 각광을 받아온 지 오랜 시간이 흘렀고, 매년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내는 디자이너들이 탄생하는 나라지만, 마르셀 반더스처럼 뛰어난 재능을 바탕으로 25년이라는 긴 시간동 꾸준히 성장하고 발전해 온 디자이너는 흔치 않다.
그는 아른헴의 아트스쿨 ArtEZ출신으로 (ArtEZ입학 전, 두 학교를 먼저 다녔었는데, 첫 번째 학교였던 Design Academy Eindhoven에서 9달 만에 쫓겨난 후, 정말 디자인을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추상적이고 아방가르드 했던 그의 초기 디자인 프로세스들은 시간이 흐르며 더욱 정제되고 다음어져 세련미를 더해간다.
Set Up Shades lamp (1989), the Knotted Chair (1995-1996), Lace Table (1997), Egg Vase (1997), Airborne Snotty Vases (2001), the New Antiques furniture (2005), the Sky garden lamp (2007), the Carbon Balloon Chair (2013) 등 그의 유명한 작품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은 위에서 간략하게 소개한 Knotted Chair(매듭의자, 1996)이 아닐까 한다.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하이테크 소재 중 하나인, 1960년대 전반 듀퐁사에서 개발된, 그 여느 섬유들보다 내구성, 내열성이 뛰어난 Aramid Fibers(아라미드 섬유)와 카본, 신소재 중 하나인 에폭시 수지를, 13세기 아라비아 직조공들이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세계 각지에 걸쳐 널리 사용되어온, 손으로 직접 만드는 크래프트맨십이 기반인 Macrame(마크라메)테크닉을 함께 사용해, 과거와 현재, 각각의 똑똑한 기술과 감성을 한꺼번에 담아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의자는 100kg까지도 너끈히 버텨낸다)
또, 그가 매듭의자를 출시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거의 20년 전. 현 시대를 향유하는 진짜 디자이너들에게 작업을 함에 있어 항상 1순위로 거론되는 'Sustainability(지속가능함)'를 오랜 시간 전부터 염두에 두고 디자인해 생산한 작품이니, 크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작년, 그의 디자인 인생 25주년을 맞이하여,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Stedelijk Museum)에서 'Pinned Up At Stedelijk, 25 Years'라는 타이틀로 전시가 진행되었는데, 1980년대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작업해온 400여점이 넘는 가구, 조명, 유텐실, 식기, 벽지, 패키지 디자인, 쥬얼리, 디자인 스케치, 프로토 타입,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실험단계의 작품들, 조각들이 전시되었다.
전시는 총 세 공간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는데, 'White Zone'에선 그가 정의한 크래프트맨십, 디자인을 통한 이해와 대화, 가시적인 디자인, 디자인 이노베이션, 본질을 보여주는 원형과 그 다음 단계인 변형, 그리고 스케일에 따라 달라지는 디자인 등 10가지 테마의 논리에서 빚어낸 작품들을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White Zone'의 한 부분
'Black Zone'의 거대한 스케일의 작품들
'Black Zone'에선 자연을 이용한 실험적인 공간에 극적인 셋팅을 녹여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에게 그의 사적인 취향을 공개한 공간이었다. 마지막 공간이었던 An Art Direction Lounge는 디자인 하우스 Moooi(모오이)에서 공동 창업자이자 아트디렉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이뤄온 성과들과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는 디자인 하우스, 브랜드들과 협업을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을 집대성해서 보여주었다.
(그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던 세계적인 브랜드들: Alessi, Moroso, Kartell, Flos, Cosme Decorte, Target, Puma, Baccarat, Marks & Spencer, and KLM)
어렸을 때부터 반더스 본인, 그를 꼭 닮은 선물을 직접 만들어 선물하고, 상기된 얼굴로 선물 포장을 뜯으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을 행복으로 여겼다는 이 디자이너는 디자인 우스 모오이를 운영함에 잇어, 그리고 디자이너 한 사람으로서 '특정한 스타일을 가지려고 하지않는다'고 하는데, 어렵게 생각할 필요없이, 그와 그의 회사 구성원들이 하는 일은, 단지, '재미없어 보이는 걸 재밌어 보이게 하는 것' 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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