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 없는 미술계, 2015년 전망 '다소 어둠'
2014년 미술계도 다사다난했다. 한편에선 해외 유명 작가들의 국내 전시가 활발하게 전개되었지만, 국립현대미술관장 인사비리와 같은 사건사고들도 적지 않았다.
수년째 침체에 빠져있던 미술시장은 아트페어와 경매시장으로 미약하나마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년 새해 미술계 전망이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2015년 새해 미술계 전망은 전반적으로 다소 어둡다.
장기적 플랜없이 트렌드만 좇는 시장, 글로벌 작가의 부재, 취약한 창작 매개 영역으로 인한 미학적, 예술적 담론 형성을 견인할 동력조차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위 10개 화랑이 매출액의 89%를 차지하는 기형적인 유통구조, 전체 미술인의 79%가 월 평균 수입 1백만 원 이하에 머무는 빈곤의 악순환, 미술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 소장문화 부족 및 소장품 구입 예산 부족 등도 새해 미술온도를 낮추는 원인으로 꼽힌다.
그나마 희구할 수 있는 부분은 지난해 9월 발표한 '2014~2018 미술진흥 중장기 계획'.
이 계획안에는 3천9백억 원에 불과한 시장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지원방안이 담겨있는데, 작가보수제도 도입, 해외 유수 아트페어 유치 지원, 작가 미술품 보관시설 조성, 미술품 거래정보 온라인 제공시스템 구축, 사립미술관 활성화 지원 등이다. 제대로만 실천되면 창작자는 물론 미술시장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작가 보수제도' 도입은 미술관 재정 건전성 확립이라는 선행과제가 누락되어 있고, '미술품 보관시설 조성'의 경우 필요성은 잘 짚은 반면, 많은 예산과 시간이 잇어야 함에도 그에 대한 구체적 대안이 부족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전시의 경우 크게 화제가 될 만한 사례를 찾긴 어렵지만 참신한 기획들은 간간이 눈에 띈다. 일단 간송미술문화재단이 마련한 '간송분화전' 제3부 '진경산수화 - 우리 강산, 우리 그림'전은 관심을 가질만하다.
겸재 정선, 현재 심사정, 단원 김홍도, 소치 허유 등 조선시대 화가 21명의 작품 약 90점을 모은 이번 전시는 5월 10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펼쳐지는 [아프리카 나우: Political Patterns] 전도 주목할 만하다.
2월 15일까지 진행되는 이 전시는 아프리카의 문화와 정치, 미술에 대해 탐구하는 색다른 장으로 손색이 없다. 4월 21일부터 6월 28일까지 펼쳐지는 [SeMA Green: 윤석남] 전시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 여성주의 미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 작가인 윤석남의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를 망라하는 대규모 개인전으로 준비된다.
이외, [미묘한 삼각관계 - 한중일 Top3] 전은 3월~5월에, [분단 70년 주제전 - 북한 프로젝트] 는 7월~9월에 꼭 봐야할 기획전이다.
예술의 전당은 명작 퍼레이드로 채워진다. 3월 개막하는 마크 로스코에 이어, 모딜리아니 몽파르나스의 전설(6월), 페르난도 보테로(7월), 대영박물관 한국전 - 영원한 인간 전(12월) 등을 연속으로 선보인다. 세종문화회관은 4월경 문을 여는 전시관 재개관전을 통해 새로운 미술메카로 거듭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2014년 하반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세바스티앙 살가두 전을 잇는 또 하나의 빅 이벤트가 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이목의 대상이다.
미술계 내적으로 아카이빙, 리서치 작업의 활기가 점쳐진다. 타자의 개입과 개방성, 탈장르, 리서치 등 텍스트와 이미지, 시간과 공간이 서로 깊은 관계를 맺고 통합이 아닌 다름을 잇는 양태가 엿보인 지난해의 연속선상에서 연계될 가능성이 크다.
이 중 아카이빙을 바탕으로 한 예술, 리서치 기반 예술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유형의 전시들은 사적 언어를 통해 보편적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 사회문화적 텍스트를 읽어내지 못한 채 단순한 개인적 다이어리를 아카이빙 아트로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형식만 빌려온 작업이라는 시선도 있다.
한편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평창비엔날레를 비롯한 격년제 국제 미술행사들도 문을 연다. 그러나 국내 비엔날레들은 본연의 실험적, 투쟁의 장으로써의 역할은 상실한 채 자본과 정치적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홍콩, 싱가포르 등 주변국을 향한 컬렉터 이탈 현상이 심화되면서 한국 국제 아트페어를 비롯한 국내 아트페어들의 위기감도 그 어느 때보다 상승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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