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디자인 프로젝트가 남다른 이유
금융회사를 넘어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현대카드는 금융회사다. 보험, 카드 등의 금융상품을 매개로 고객을 위한 혜택을 제공하며 신뢰를 쌓는 일이 금융회사의 본업이다. 하지만 현대카드가 보여준 지난 10년간의 행보는 다른 금융회사와는 눈에 띄게 다르다. 금융회사를 떠올리면 느껴지는 보수적인 분위기와는 반대로 디자인을 근간으로 한 역동적인 기업 문화가 돋보인다.
2003년 당시 기업 서체에 대한 인식이 미비하던 시절 고객과 신뢰를 쌓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기업 전용 서체 유앤아이(Youandi)를 기획해 기업 곳곳에 일관되고 폭넓게 사용하기도 했다. 유앤아이체를 적용해 발표한 현대카드M은 기존 카드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엎은 디자인의 차별화로 ㅅ으부수를 띄운 현대카드 디자인 마케팅의 첫 신호탄이었다.
현대카드의 이러한 활동은 '카드에도 디자인이 필요해? 라는 소비자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카드 디자인의 필요성을 알게 했다.
이후 등장한 미니카드, VVIP를 위한 카드 '더 블랙', 카드 테두리에 색을 넣은 '컬러 코어 디자인', 티타늄 소재의 더 블랙 카드 등을 선보이며 '손바닥만한 크기의 평면에서 더 이상 어떤 디자인이 나올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현대 카드는 매번 한 방에 날렸다.
이렇듯 카드 디자인의 한계를 지그시 무너뜨리며 남다른 발자취를 남겨온 현대카드가 2009년 서울역 아트 셸터와 2010년 드림실현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85.5x54mm 사각 프레인의 디자인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서울역 아트 셸터는 밤이면 불을 밝혀 버스 운행 정보, 날씨, 뉴스, 도시 정보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장소로, 버스 정류장을 단순히 기다림의 장소가 아닌 정보플랫폼으로 변신시켰다.
드림실현은 소상공인을 위해 간판, 인테리어, 서비스 시스템 등을 디자인한 프로젝트. 디자인 재능 기부로 이루어진 이 프로젝트는 카드 회사가 단순히 현금을 대체하는 소비 패턴의 매체이기보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기업 철학이 바탕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지난해 선보인 프로젝트는 현대카드의 기업 철학을 제대로 보여준 결과물들이다. 가회동에 문을 연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바우하우스 이후의 디자인을 조망한 1만 1,500여 권의 국내외 디자인 도서를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인데, 이곳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바로 북 큐레이팅의 일곱가지 원칙이다.
'영감을 주거나, 문제의 답을 제시하고, 다양한 범위를 포괄해야 한다. 해당 분야에서 영향력이 있어야 하며, 그 한 권으로 충실한 콘텐츠를 담고 있어야 한다. 더불어 심미적 가치를 지닌 시대를 초월한 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일곱 가지 원칙은 디자인 라이브러리의 북 큐레이팅에만 적용된 것이 아니다. 바로 현대카드의 기업 철학이자 디자인랩의 지향점과 궤를 함께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마트와 함께 출시한 주방용품 브랜드 '오이스터', 기아자동차와 협업한 콘셉트카 '마이 택시', 팬택과 함께 선보일 스마트폰 '브루클린 프로젝트', 제주도와 함께하는 '가파도 프로젝트' 등 그 모습은 가지각색이지만 골자는 같다. 삶의 가치와 문화를 새롭게 재해석하고 고객을 위한 진정성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 철학과 문화의 바탕에서 확장된 현대카드의 디자인 프로젝트는 결국 소비자에게 공감을 얻으며 브랜드가 일상에 친근하게 녹아들게 하는 거름이 되고 있다.
금융회사가 디자인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이유와 디자인랩의 역할은?
- 보험, 대출, 신용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서비스를 시각적 형태로 가치 있게 표현하는 것은 기본이요, 금융회사답지 않게 금융업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한다. 현대카드의 초기 디자인 프로젝트가 우리 상품의 비즈니스와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에 충실했다면, 얼마 전에 발표한 브루클린 프로젝트를 비롯해 드림실현, 오이스터, 디자인 라이브러리 등은 우리의 철학을 표출한 결과물이다.
금융회사가 카드로만 소비자와 만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며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고 밀접하게 만나길 바랐다.
디자인 랩은 어떻게 일하나?
- 디자인랩에는 모두 35명의 디자이너가 있다.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특별한 이유없이 규모를 키울 계획은 없다. 전 세계의 영향력있는 디자인 스튜디오들이 부티크 형식을 취하는 것처럼 현대카드 디자인랩도 소규모를 지향한다. 그만큼 개인의 역량이 큰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뜻이다. 디자인랩은 디자인 전공자뿐만 아니라 건축, 경영학, 기술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로 구성되어 있다.
크리에이티브가 꼭 디자인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현대카드 디자인랩의 디자이너는 비주얼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를 명확하게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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